숏컷. 김지운감독.의 글 中










예민하지만 게으른 족속들.



전에 내 주변에 이런 족속들이 꽤 있었다.
그들은 민감한 자기촉수를 가지고 날카로운 혜안과 빼어난 감각,
섬세한 시각의 소유자들로 마음만 먹으면 금방 일을 낼 것만 같은,
그들이 뜻만 모으면 한 예술할 것 같은 그런 위인들이었다.


그러나 아직까지 그들에게선 사건이 일어나지 않고
한 예술이 나오지 않는 것은
그들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약점이 하나 있는데
그 약점이란 게 한결같이 모두 게으르다는 것이다.


나 또한 게으름 피우는 데 일가견이 있는 사람이긴 하지만
나보다 더 심한 그들은 일종의 장애 수준이다.
한때 나도 그들과 어울리면서 10년 가까이 백수생활을 하기도 했지만,
다행인지 불행인지 나는 우연한 사고로 백수생활을 청산하게 되었고,
다행인지 불행인지 그들에겐 ‘고만한’ 사건도 없어서인지
아직까지 그 모습 그대로 있다.


 


이들에겐 일종의 자기들만의 문화가 있는데 뭐랄까?
게으름의 미학이랄까? 뭐 그런 게 있는데,
게으름의 미학이란 게 딴 게 아니고
게으름과 더불어
묘한 순결주의 같은 게 냉소주의와 함께 복잡하게 얽혀 있다.

내가 정신과의사는 아니지만 이 정도되면 타인으로 인해
상처받기 싫다는
자기 보호 본능까지 작용하게 된다는 것을
경험상 알 수 있게 된다.


그래서 내면에서 일어나는 세상에 대한 분노와 역겨움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자기 일상과의 이질감과 충돌로
스스로 자기를 무력화하거나
시니컬한 무관심으로 일관한 뒤
끊임없이 문화적인 공간으로의 도피를 감행한다.


“보는 것만 고수”라는 말이 있다.
예민한데 게으른 족속들한테 일어나는 현상이다.
너무나 많고 다양한 문화적인 체험으로 보는 감각만 일류라는 얘긴데,
혹시 예민하고 게으른 족속들 중에 실재는 없고
보는 감각만 일류인 친구들이 있다면,
그래서 괴롭다면, 조금만, 조금만 더 움직여 보라고 말하고 싶다.


 


 


물론, 이 글은 예민하지만 게을러서 괴로운 족속들을 위한 글이다.
그냥, 게으른 게 좋다라고 하는 친구들도
있을 것이고
나 또한 사실, 뭐가 진짜 좋은 것인지 알기 때문에
더이상의 언급은 자제하겠지만
어쨌든 조금씩,
자기를 실험해 보는 것도 나쁘진 않을 것 같다.


기대 이상의 자기실현을 구현할지도 모르고
그로 인해 또다른 세상이 기다릴지도 모르니까.


혹시 반대로 자기가 부지런한 편인데
일반적으로 둔감하다고 생각하는 친구들에게 사족 하나.

 “나이먹고 일정하게 하는 일없이 빈둥거리다보면 예민해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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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 게으른 사람을 무척 혐오한다.
기름진(단순한게 몸이 기름진게 아니라 정신조차도...)예술가들도 경멸한다.

또한, 예술한답시고 상대방을 비하하거나
묘한 내리깔음의 시선을 내던지는 사람들 역시 마찬가지.

난 뭐든 할 수 있다. 다만 안할뿐이지.하는 식의
게으른 백수새끼들의 은밀한 자기고백 또한 역겹긴 마찬가지다.

정말 정말 싫은 건 게으르고 무기력하며 입만 번지르르하고
                           뒤뚱 뒤뚱 목적없이 걷고 있는 지가 무슨 한량인듯
                           착각하며 살고 있는 내 나이 또래의 뒤늦은 청춘들.
 
정말 싫다.
나는 그들을 비이성적으로 경멸한다.
여기서 그들의 카테고리안엔 나 자신도 들어감을 그 누구보다 잘 알고 있다.

끊임없이 탈출을 기도하고 있다.
조금 더 치열하게 빠져 나가야 함을 잘 알고 있다.

이 깊고 끈적한 늪에서 하루빨리 빠져 나와
지운이형처럼 슬쩍 한마디 건네야 한다.
_ 조금 더 움직여보지 그래? 

그래, 그게 멋진거다. 


대전이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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