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난한 내가
아름다운 나타샤를 사랑해서
오늘밤은 푹푹 눈이 나린다 .

나타샤를 사랑 하고
눈은 푹푹 날리고
나는 혼자 쓸쓸히 앉어 소주(燒酒)를 마신다
소주(燒酒)를 마시며 생각한다
나타샤와 나는
눈이 푹푹 쌓이는 밤 흰 당나귀 타고
산골로가자 출출이 우는 깊은 산골로 가 마가리에 살자

눈은 푹푹 나리고
나는 나타샤를 생각하고
나타샤가 아니올 리 없다
언제 벌써 내 속에 고조곤히 와 이야기한다
산골로 가는 것은 세상한테 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 같은 건 더러워 버리는 것이다 .


눈은 푹푹 나리고
아름다운 나타샤는 나를 사랑하고
어데서 흰 당나귀도 오늘밤이 좋아서 응앙응앙 울을 것이다.







*마가리 : 오막살이.
*출출이 : 멧새.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는 백석이 그의 연인 자야(子夜)를 위해 지은 시이다.
그녀의 본명은 김영한, 그러나 본명보다는 조선권번의 기생 진향(眞香)으로,
정치 뒷마당이라는 성북동의 요정 대원각을 법정에게 시주하여
길상사(吉祥寺)라는 사찰을 세우게 한 여인으로 유명하며,
그보다는 백석의 연인 자야(子夜)로 더욱 알려지게 된다.

그러나 그들의 사랑은 늘 긴장과 고난의 연속이었다.
백석의 집에선 기생출신 여인과의 동거를 못 마땅히 여긴 것이다.

부모의 강권으로 백석은 세 번이나 결혼을 하게 되는데
그때마다 혼례를 치른 신부의 손도 잡지 않은 체 도망쳐서 태연하게 자야의 곁으로 돌아왔다.
자야는 그런 백석이 안쓰러워 마음에도 없는 이별을 고하곤 했다 한다.
어느 날 백석은 경성 청진동에 은거하던 자야를 찾아 시 한편을 전하게 되는데
그 시가 바로 '나와 나타샤와 흰 당나귀'였다.

문학에 소질을 보인 자야가 '삼천리'에 발표했던 '눈 오는 날' 을 시화한
백석의 사랑 고백이었다.





백석은 이 봉건적 관습으로부터 도피하여 만주로 가자하지만 어떤 뜻에선지 자야는 이를 거절한다.
백석(白石)은 만주에 들어 시 백편을 써오리라 다짐하곤 홀홀 떠난다.
자야는 그가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태연하게 다시 나타날 것으로 믿었으나
그는 영영 돌아올 수가 없었다.

38선이 그어지고 전쟁이 터진 것이다.


믿고 싶지 않았던 이별이 분명해져서야 자야는 그의 시를 읽으며 통곡하다 혼절했다 한다.
백석은 재북(在北) 작가가 되었고, 철책 이남의 자야는 망부석이 되었다.
팔순을 바라보는 자야가 오랜 기다림의 얘기를 (내 사랑 백석) 이라는 책으로 출간한 무렵(1995년),
백석(白石)은 북녘 어느 산골에서 운명하였다.

백석이 월북 작가에서 재북 작가로 정정되자 자야는 사재를 털어 백석 문학상을 제정하였으며,
자야는 천억 원대의 대원각을 법정에게 시주하여 길상사를 세우게 하였다.
또한 과학기술 발전을 위해 써달라며 카이스트에 나머지 재산을 모두 헌사 하였다. 

자야는 수천억의 돈이 백석의 시 한 줄만 못하다. 했으며
매년 백석의 생일인 7월 1일이면 밥한 술도 입에 대지 않는다 했는데
이는 백석에게 상을 차려주지 못하는 미안한 마음 때문이라 한다.

삼년 남짓의 동거,
그 사랑의 설레임을 가슴에 안은 체, 일평생을  해바라기처럼 살아온 자야였다.

어느 때 그 사람이 가장 생각나더냐? 는 기자의 질문에
사랑을 생각하는데 때가 따로 있느냐는 말로,
그 설은 물음에 은근한 핀잔을 주었다고 한다.





.



(백석의 여인1-자야의 사랑)
그 사람을 사랑한 이유


                                                  詩 / 이생진


여기서는 실명이 좋겠다
그녀가 사랑한 남자는 백석白石이고
백석이 사랑했던 여자는 김영한金英韓이라고

한데 백석은 그녀를 자야子夜라고 불렀지
이들이 만난 것은 20대 초
백석은 시 쓰는 영어 선생이었고
자야는 춤추고 노래하는 기생이었다

그들은 죽자사자 사랑한 후
백석은 만주땅을 헤매다 북한에서 죽었고
자야는 남한에서 무진 돈을 벌어
길상사에 시주했다

자야가 죽기 열흘 전
기운 없이 누워 있는 노령의 여사에게
젊은 기자가 이렇게 물었다

천억을 내놓고 후회되지 않으세요?
무슨 후회?

그 사람 생각 언제 많이 하셨나요?
사랑하는 사람을 생각하는데 때가 있나?


기자는 어리둥절했다

천금을 내놨으니 이제 만복을 받으셔야죠
' 그게 무슨 소용있어 '

기자는 또 한번 어리둥절했다


다시 태어나신다면?
' 어디서? 한국에서? 에! 한국? 나 한국에서 태어나기 싫어 영국쯤에서 태어나서 문학 할거야'

그 사람 어디가 그렇게 좋았어요?
 ' 1000억이 그 사람 시 한 줄만 못해 다시 태어나면 나도 시 쓸 거야 '

이번엔 내가 어리둥절했다 사랑을 간직하는데 시밖에 없다는 말에 시 쓰는 내가 어리둥절했다
 
자야. 김진향.본명은 김영한

자야子夜




Bookmark
Getcool.TAG_relation.

_
_
profile

 

keep it cool _

getcoollinus